제목 유기농 원로를 찾아서 6- 양춘수(강원도 철원)
작성일자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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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을 넘어, 세계로, 세계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태계보전지구로 DMZ 비무장지대 인근의 깨끗하고 청정한 철원, 이곳에서 400여명의 철원친환경농업인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친환경농산물 유통과 가공에 선두를 지키고 있는 철원친환경영농조합을 찾았다.
철원친환경영농조합을 이끌고 있는 양춘수 대표는 이제는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에서 유통, 가공, 6차농업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양춘수 대표를 만났다.









◎ 변신의 귀재, 양춘수
“물이 고이면 썩죠, 계속해서 흘러야만 신선한 물이 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양 대표의 말처럼 그의 삶은 언제나 도전과 변신에 연속이었다. 20대, 군대를 전역한 뒤 유명 호텔의 조리업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적 늘 해왔던 농사일 보다는 서울생활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다 휴가차 고향을 방문한 뒤 농업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유기농업의 길을 가게 된다.

“저는 농사 처음부터 한국유기농업협회 교육을 받고 유기농업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 후로 1년에 최소 2달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기농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체계적인 유기농기술이 개발되기 전이라 농민들로부터 조금씩 배우고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힘들었지만 배움의 길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양 대표는 1986년 친환경 유기농업에 입문하여 15년의 세월을 거치며 지금의 철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탄생시켰다. 1990년 한국유기농업협회 철원지회장을 거쳐, 1996년에는 뜻이 맞는 11개 농가와 함께 철원흑미작목반을, 1999년에는 천원친환경농업연구회 결성 후 마침내 2002년 철원친환경영농조합을 완성시킨 것이다.

◎ ‘유통’, 그것이 문제로다
30년을 농업계에 몸담으며 양 대표가 해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수도작과 과채류 농사에서부터 고추 등의 과채류 육묘사업, 현재는 가공사업과 농촌체험활동의 6차산업까지 그가 도전해보지 않았던 종목은 없다. 하지만 가장 힘들면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유통이라고 한다.

철원지역의 환경농업이 비로소 정착단계에 접어든 90년대 후반, 양 대표의 고민은 생산을 넘어 유통과 판로개척에 있었다. 판매와 유통의 규모가 영세했고, 직거래 위주의 판매방식이라 직접 화물차를 몰고 다니며 납품해야 했다.
“도저히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수확의 기쁨보다는 유통의 벽에 막혀 생산대금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안정적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로 뛰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로로 눈이 보이질 않았죠. 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우리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인정받아 유통업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덕분에 친환경 오대쌀과 최고급 기능성 쌀인 ‘밀키퀸’은 베스트셀러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 유기농, 뭉쳐야 산다.
“농가가 이제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1인농가가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생산, 소가공, 직거래 정도일 뿐입니다. 하지만 농가를 규합해 작목반을 만들면 좀 더 규모화된 시설과 생산량을 통해 1인 농가 시스템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단체들을 규합해 농가들이 조합원이 되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면 다품목 생산과 다양한 판로개척이 가능해지죠. 생산과 가공, 유통과 서비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더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철원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수도권 30여개 학교와 철원 관내 55개 학교로 학교급식물류센터를 맡고 있어 년간 쌀 500ton과 잡곡, 기름류, 양념류 등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22개의 친환경 농산물 및 가공식품에 대해 미국 농무성 USDA, 유럽의 EU, 일본의 JAS 인증을 획득해 국내 최초로 이를 유통하고 있다. 2009년 미국으로 ‘라이스 브랜’ 수출을 시작으로 대만, 스위스, 일본 수출을 넘어 이제는 중국으로의 수출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만 열심히 했다면 수출은 커녕 가공 역시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 함께 지켜준 철원친환경 동지들이 있었기에 함께 웃고 울며 지금껏 달려 올 수 있었습니다.”

◎ 유기농, 스스로 일어서야 할 때
농업이 힘들다, 어렵다는 말은 이제 상투적인 말이 된지 오래이다. FTA 개방화의 여파로 싼 농산물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면서 국내산 농산물이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쌀시장개방이 시작되면서 쌀농가는 더더욱 설 곳이 없어졌다. 이에 대해 양 대표는 농민 스스로 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세계는 모든 산업에서 무한경쟁입니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이죠. 농민들 스스로 힘을 뭉쳐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국가의 보조금에만 의지할 수 없습니다.”
양 대표는 농민들이 스스로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 자조금 사업이 꼭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돈이나 한우는 자조금을 통해 소비촉진활동과 홍보를 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업 역시 자조금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의 우수성을 국내외로 널리 알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양 대표는 자조금의 필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우려 역시 덧붙였다. 농민으로부터 돈을 거둬 농민을 위해 쓰지 않는다면 사업자체의 의미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자조금은 친환경농업 기득권 단체를 위해 사용되는 것 보다는 전문적으로 자조금을 운영할 수 있는 신규 중립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해야 합니다. 특정 단체에만 자조금이 몰린다면 투명한 운영이 어렵고, 농민들의 불만만 쌓일 것입니다.”

◎ 유기농,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업이라함은 천하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일을 의미한다. 양 대표는 이 고사성어를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다닌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값진 일, 따라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양 대표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먹지 못할 농산물은 고객에게도 팔지 않는다. 지금 당장 손해가 날 수 있지만 욕심을 비우고 양심적으로 살기 위해서이다.
“농업도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요. 작물은 곧 사람이고 이는 곧 내 자식과도 같아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농사짓다보면 작물이 감동받고, 이는 곧 소비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여기서부터 기적이 일어나고 창조정신과 도전정신이 발생합니다.”
양 대표는 2014년 KBS 파노라마 파동 이후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다. 얄팍한 상술보다는 믿음과 신뢰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여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통해 고정고객을 미리 확보한 덕분이다.

양 대표의 고정 고객들은 유기농 인증마크 보다는 철원친환경 브랜드 자체에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30여년간 쌓아왔던 고객과의 신뢰도가 이제는 브랜드네임 파워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가짜는 언젠가는 도태됩니다. 농민의 양심과 철학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유기농업임을 항상 명심하고 살아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죠. 그것이 저의 경영 철학입니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국내와 세계로 뻗어가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양 대표지만 여전히 그의 목표는 높다.
“목표란 것은 구름 위에 둬야합니다. 닿지 않을 만큼 높게 세우고 하나씩 하니씩 성취해가며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양 대표의 이번 목표는 중국의 거대한 시장으로 겨눴다. 값싼 중국농산물 수입에 다른 농민들이 고민할 때 역으로 고품질 농산물을 수출한다는 역발상을 제시한 것이다.

철원친환경의 기술 및 경험, 노하우와 중국 금신유한공사의 생산, 설비, 인력을 조합하여 한-중 농업 협력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 체결이 되지 않아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세워 녹색인증을 받은 농산물로 가공품을 만들어야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해 녹색식품+한국유기농산물 인증획득 원료로 가공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국내를 넘어, 중국으로, 또 다시 세계로~. 언제나 도전하고 변신하는 그의 모습을 응원해본다.

양춘수 대표가 전하는 유기농업비법!

1. 유기농 뭉쳐야 산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해라. 단체에 힘이 커질 수록 생산품목이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판로확대에 경쟁력이 생긴다. 단체를 만들기 힘들다면 기존에 만들어진 단체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농업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단순생산에서 가공으로 눈을 돌려라
소비자들은 완성품을 원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단순 1차 농산물로 경쟁하는 것은 비효율 적이다. 특히 값싼 농산물이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더더욱 1차 농산물 보다는 가공된 완성식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3. 해외시장을 공략한다
국내시장은 5,000만명을 상대로 하지만 중국시장은 수십억명을 상대하는 큰 시장이다. 또한 중국 중산층의 증가로 고품질 농산물을 찾는 인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녹색식품인증을 취득해 중국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

4. 소비자 트렌드를 읽어라
기존의 농업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 위주의 생산보다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농식품을 생산해야 한다. 최근 건강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일반 농식품 보다 기능성 식품, 건강식품이 인기가 많다. 남들이 하지 않는 기능성 식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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